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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양육서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by 열일허브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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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게 된 계기

유아기를 훌쩎 지나 초등학생이 된 두아들을 키두다 보니 이제는 육아서 보다는 아이들의 심리, 사춘기에 대해 다루는 책들에 자연스레 눈이 간다. 부모의 테두리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크는 시기가 유아기라면, 이제는 부모나 아이가 서로를 놓아줄 시기가 된 아이들이 되었기에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에 끌렸다.

 

2. 내용소개

정싱분석학 박사이며, 프랑스 국가공인 임상심리학자 및 치료사인 이수력작가는 많은 아이들을 상담하며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로 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주 어린 시기에 엄마로부터 받는 사랑에서 시작해서, 아빠와의 관계를 쌓는 법을 지나, 배움의 세계로 들어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려준다.

 

30p. 어른이 되는 것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은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아낌없이 듬뿍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합니다. 요컨대 애착관계는 그것이 반드시 끝나고 깨진다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애착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면, 엄밀히 말해 애착관계가 공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셀렌과 엄마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셀렌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엄마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너무 오래 지속되는 애착관계, 그것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애착관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애착관계입니다.

 

사춘기를 한참 지났는데도, 이미 다 큰 성인이 되었는데도 아직 엄마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미숙한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흔히 마마보이, 마마걸로 불리는 그들을 보면서 어린 시기부터 그들이 엄마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기에 그렇게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원인이 아이에게만 있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볼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수록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는 적당히 놓아줄 줄 알아야 한다. 계속 아이를 품안에 두고, "뭐든지 엄마가 다 해줄게"라며 아이가 엄마로 부터 조금씩 벗어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아무것도 제대로 할수 있는게 없는 미성숙한 성인을 양산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68p. 아이가 묻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요?"는 사실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혹은 "내 동생은 어떻게 태어났어요?" 입니다. 아이들이 그 질문을 하는 때는 '나'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거나, 동생이 태어나는 시기죠. 아이가 어떻게 티어나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내가 있는데도 어떻게 동생이 또 태어난 건지에 대한 주관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탄생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내 생명의 탄생 원인에 대한 질문이죠.

 

아이들이 하는 수많은 질문중 부모를 당황하게 하는 첫 질문이 여기 나와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요?"라는 질문이다. 주변에서 듣기에도 많은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하니, 이제 부모들도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첫번째로 하는 생각이 '성교육을 할 때가 되었구나'라는 엉뚱한 생각이다. 물론 나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이 이 질문을 처음 했을때 서툴게 성교육을 하려다가 그냥 접었던 경험이 있다. 엄마인 내가 아직 제대로 아이에게 알려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그냥 다음으로 미루었던 것이다.

 

책에서 작가는 일반의 부모들이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가 하는 "내가 어떻게 태어났어요?"라는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생물학적인 과정이 아니라 생명의 탄생원인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조금 더 큰 후에는 아이가 태어나는 생물학적인 과정에 대해서도 알려줄 필요가 있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부모가 간절히 바랬기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이의 마음에 심어주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3. 소감

제목만 읽어보면 아이의 입장에서나 엄마의 입장에서나 너무 마음이 서운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태어난 직후 한동안 붙어지내야 했던 엄마와 자녀의 사이를 '잃어버려야 할' 사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깊이 애착이 잘 형성된 엄마와 자녀의 관계에서는 아이가 성장해서 엄마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둘 시기가 되었을 때 엄마도 자녀를 잘 놓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는데도 엄마의 그늘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아이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양육한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 내 품의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품에서 떠나보낼 시기가 된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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