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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음이 따뜻

리틀 포레스트

by 열일허브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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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때마다 그 계절에 맞는 재료를 이용해 뚝딱 만들어지는 음식을 보는 맛, 신선한 채소를 칼질하는 소리,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씹는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눈과 귀가 즐거워 지는 동시에 시골의 정경이 계절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 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고등학교때 까지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여전히 엄마의 온기가 없는 집에서 얼마가 될지 모를 시골생활을 시작한다. 사실 혜원이 돌아온 시골집은 혜원이 어릴때 혜원의 아버지가 몸이 아프면서 요양차 내려왔던 곳이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엄마와 혜원은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시골생활을 했었기에 그곳에 어린 추억이 많이 있었다. 

 

혜원이 성장하면서 엄마와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장면, 혜원이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시무룩해 있을 때 달달한 프랑스 디저트식을 만들어주는 장면, 늦은 겨울밤 집에서 만든 막걸리와 식혜로 건배를 하는 어린딸과 엄마의 다정한 모습은 보고 있는 자체로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 주었다.

 

혜원이 엄마와 생활하던 이 정겨운 시골집을 먼저 떠난것은 혜원이 아니라 엄마였다. 미리 예고도 없이 그냥 어느날 갑자기... 수능시험을 치고 며칠 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혜원은 엄마가 집에 없는것을 발견한다. 처음엔 잠시 어디 외출한 것이겠지 생각했지만, 엄마는 아예 집을 떠난 것이었다. 딸인 혜원에게는 아무 말도 미리 해주지 않고, 잘 지내라는 편지 한장만 남긴 채. 마술처럼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뚝딱 잘 만들어주던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말한마디 없이 사라지다니 혜원은 며칠을 고민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화만 날 뿐이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씩 잊어가던 혜원은 '대학교 합격통지서'를 받고 빈집은 남겨둔채 서울로 향했다. 날 떠난 엄마에게 보란듯이 성공해서 돌아오리란 다짐을 한 채로.

 

그렇게 호기롭게 집을 떠났던 혜원은 서울생활과 시험에 지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다짐 했었지만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것은 아니니까. 몰래 숨어서 집에서 간신히 밥만 해먹으며 지내던 혜원은 동네친구 은숙(진기주)과 재하(류준열)를 만난다. 서울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온 상황에서 만난 친구들을 대하기가 어색하고 민망한 것도 잠시,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동네 친구들이라 수시로 혜원의 집에서 모여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무지개떡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 보지도 못했는데, 혜원은 집에서 갖가지 채소와 곡물을 이용해 무지개떡도 만들어내고, 어린시절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집에서 만든 막걸리로 추운 겨울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소박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는것과 그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재미는 바로 혜원의 친구들이었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해 왔기에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친구들이 있어서, 혜원은 엄마가 없는 집에 혼자 지내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땐 코찔찔이 못난이 였는데 멋진남자로 성장한 재하를 보며, 은숙이 혜원에게'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뤄서 이긴사람이 재하와 사귀자 '고 하는 장면에선 약간의 긴장감이 생기려는 듯 하는데 이내 그 긴장감은 사라져 버린다. 둘이 그 얘기를 하는 중에 옆으로 재하와 재하의 전여자친구가 지나갔기 때문. 마음속으로 혜원과 재하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사이좋은 친구 사이가 깨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는데, 그런식으로 갈등을 비껴갈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란 마음이었다.

 

계절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시골의 정겨운 모습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거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서정적인 장면들을 통해 즐거움과 따뜻함을 줄 수 있는지 신기했다. 궁금해서 영화의 정보를 찾아보니 원작은 일본의 동명만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음식과 경치에 맞게 내용을 재구성했기에 내 마음에 더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잔잔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꼭 이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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